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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차]
민정이와 민주는 실과 바늘 아니. 그것보다는 검지와 중지 같은. 딱히 친해지려고 한건 아닌데 학교의 줄 세우기는 항상 둘을 옆에 있게 만들었다. 초등학교 때 순수한 마음은 둘을 언제나 붙어 있게 만들었고 그 인연은 고등학교 번호순대로 앉은 수학여행 버스 옆자리까지 이어져 학창 시절 질문지에서 친한 친구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은 당연히 답이 정해진 가장 쉬운 질문처럼 느껴지게 했다.
언제나 북구에서 살던 둘은 결혼해서까지 꼭 옆집에서 살자는 약속을 했지만 그 결혼 전에는 어떻게 인생이 어떻게 달라질지 생각 못 했던 것 같았다.
민주의 갑작스러운 상경은 민정이를 분리불안증 있는 강아지처럼 매일을 울게 만들었지만 미성년자에서 벗어나 성인이라는 새로운 환경은 둘의 슬픔을 무뎌지게 하긴 충분한 자극이었다. 민주 또한 한 평생 살았던 북구를 떠나는 것이 겁이 났었다. 다만 부모님이 민주가 올라갈 때쯤 우연한 기회로 같이 서울로 직장을 옮기셔서 조금 안정되었다. 하지만 그만큼 북구로 돌아올 이유는 사라졌다.
서울에서의 새로운 환경으로 민주는 정신없이 달려왔다. 부산 사투리를 쓰는 자신을 지방에서 왔다며 우스갯소리로 하는 ‘부산에 살 때 너희 집에도 배가 있었어?’라는 말을 들을 때 어이가 없어 괜한 자격지심으로 정신없이 달려왔다. 20대 끝자락에서 어디선가 드는 회의감은 민주를 다시 북구로 불러오게 했다. 어쩌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교가에 항상 나오던 낙동강과 금정산이 보고 싶었을지도.
“야 별로 달라진 거 없다. 북구보다 우리가 더 달라졌을걸?” 민정이의 그 말처럼
민주 속의 북구는 9년 전의 스냅 사진처럼 멈춰 있었다. 항상 그곳에서는 둘은 교복을 입고 있었고 언제나 함께 했다. 덜컥 민주는 나만 너무 달라진 건 아닐까 걱정했다. 하지만 한 번씩 북구 생각이 날 때마다 찾아봤던 인스타그램에서 어렸을 때 보지 못했던 것들이 즐비해 있는 것을 보며 민주는 약간의 안도감이 들었다.
다만 민정이와 북구 이야기를 하며 언제나 익숙했던 그곳을 이야기할 땐 나만의 추억이 아닌 우리의 추억이었음을. 북구로 돌아간다면 그때의 철없는 모습으로 돌아가서 웃을 수 있을지 민주는 고민했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내리면 익숙한 풍경들이 펼쳐지겠지. 하지만 옛날 살던 집엔 이젠 다른 식구가 살아가겠지. 민경이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내 모습은 어떻게 보일까?
오묘한 감정이 복잡하게 뒤엉키는 순간 안내 음성이 들렸다.
‘이번 역은 구포. 구포역입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면 창문에 비친 자기 모습이 갑자기 어색하게 느껴졌다.
직장 때문에 서울로 이사간 민주가 부산으로 여행을 온다고 했다. 나는 아주 당연하게 서울살이에 지쳤을 민주에게 부산하면 바다니까 해운대로 데려갈지, 광안리로 데려갈지, 아니면 서울의 성수동, 홍대만큼이나 젊은이들로 붐비고 핫한 전리단길(전포동)을 데려갈지 고민했다.
“민정아 나 이번에 부산가면 우리 동네 북구에서 놀고 싶어. 부산 바다, 해리단길, 전리단길 이런데 말고.”
엥? 부산하면 유명한 곳이 아닌 평범하게 우리가 함께 학창시절을 누비고 다녔던 동네 여행을 하자니. 그건 너무 의외였다.
그래도 그렇지 여행이라면 새로운 경험이라던지, 특별한 일정을 함께 해야지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일단 민주의 말대로 우리의 추억이 있는 구포시장에서 오랜만에 돼지국밥이나 한그릇 같이 하면서 민주의 생각을 물어봐야겠다.
화명동 도자기 공방 ‘포이클레이’ @poy_clay
- 주소 : 부산 북구 화명대로 75 1층 (화명역 2번 출구에서 295m)
- 연락처 : 0507-1360-5952
- 키워드 : #도자기원데이클래스 #도자기공방 #정규클래스 #도자기판매 #물레클래스
만덕동 자작나무껍질 공예 ‘스튜디오룬드’ @studio.lund.elly
- 주소 : 부산 북구 상리로58번길 41 1층 (만덕역 1번 출구에서 944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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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포동 캔들공방 ‘위드센트’ @with_sc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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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워드 : #소이캔들 #석고방향제 #캔들원데이클래스 #덕천캔들공방 #부산캔들공방
오르막길이 더 가파르게 보이는 건 나이탓인걸까? 그것보다는 서울에서의 생활이 너무 익숙해져서 인가? 백양산이 만들어낸 경사를 빠르게 올라가는 민정이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교복을 입고 이곳저곳을 다녔던 곳이었다. 정 다운건 추억 때문인지 아니면 빛바랜 간판 때문이지 알 수 없다.
저기 위 해송반점이 보인다. 부산까지 내려와서 무슨 중화요리냐 하겠지만 우리한텐 잊을 수 없는 곳이다. 다른 곳에선 이 맛이 나지 않았다. 가파른 숨을 고르며 앉자마자 물을 들이켰다. 복잡한 메뉴판을 보면 고민이 된다. 오랜만에 와서 더 그렇다. 사장님께서 어서 메뉴를 고르라며 재촉하셨다. 언제나 그렇듯 한 명은 짜장면 한 명은 짬뽕을 먹을 것이다. 짜장면 파인 나에겐 짬뽕 국물이 필요했고 민경이도 짜장만 한 젓가락은 꼭 먹고 싶어 했으니.
어렸을 땐 돈이 없어서 시키지 못했던 탕수육을 시킬까 고민했지만 다 해치울 자신이 없었다. 지갑은 그때 보다 두툼해졌을지 몰라도 왜 고민도 같이 두툼해진 걸까. 아니 그때도 그때의 고민이 있었다. 서로 장래희망을 묻는 칸에는 매년 다른 꿈이 적혔으니까. 민경이의 꿈을 따라 적은 적도 있고 민정이도 나의 꿈을 따라 적기도 했지만. 음식 취향만큼은 확고했다. 민정이는 짬뽕 나는 짜장. 우리는 그래도 어른티 좀 내기 위해 민경이는 삼선짬뽕, 나는 해물쟁반짜장을 시켰다.
가게는 조금씩 나이를 들어갔지만 음식 맛은 변치 않았길 웍을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음식들이 익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언제나 음식이 나오기전 이 순간이 즐겁다. 민정이의 짬뽕이 먼저 나왔고 연이어 나의 짜장면이 나왔다. 짜장면 옆에 케첩 소스로 된 샐러드가 피식 웃음이 났다. 한 입 크게 면을 먹고 생각했다. 역시 이곳으로 오길 잘했다. 북구에서 변하지 않는 걸 찾고 있었지만 해송반점의 맛 만큼은 그때의 맛 그대로다.
나는 민정과의 해후가 다가올수록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내 고향 부산의 북쪽 끝 도시는 얼마나 그대로일까, 또 얼마나 변했을까를 번갈아가며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상사의 눈을 피해 이곳저곳을 검색하기에 이르렀다. 직장의 업무가 꽤 바쁜 시기였지만 나를 말릴 순 없었다. 휴대폰으로는 인스타그램을, 컴퓨터로는 네이버 블로그를 들여다보며, 그만 콧노래가 나오려는 걸 가까스로 참았던 순간과 올라가는 입꼬리를 억지로 내리고 표정 관리를 해야 했던 순간이 존재했다.
민정과 함께 지금 향하는 카페는 그때 찾은 것이었다. 그 이름 ‘언로드(unload)’. 이름이 특이해서 그 뜻을 찾아보았더니 ‘짐을 내려놓다’란 결과가 눈앞에 나타났다. 나만큼 들뜬 채 조금 앞서 걸어가는 민정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짐을 내려놓다는 말을 나지막이 내뱉어보았다.
실수로 버스정류장에서 한 정거장 일찍 내린 우리는 덕분에 멋진 풍경을 눈에 담게 되었다. 구포역 방향에서 카페로 향하는 길은 나무와 풀과 노을이 어우러져 이미 완벽을 자아냈는데 절묘한 타이밍에 기차가 우리 옆을 지나는 찰나에는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민정과 나는 기차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가만히 멈춰 그 장면을 응시했다.
도착한 카페는 단정한 모습에 온기가 깃들어 있었다. 민정은 커피와 휘낭시에를, 나는 토마토바질에이드와 초코 휘낭시에를 고른 뒤 2층 좌석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넓은 규모에 각각의 개성이 돋보이는 좌석들이 많아 자리를 고르는데도 제법 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마침내 터져버린 수다를 한껏 즐기다가 나의 제안으로 각자 원하는 자리에 앉아 잠시 혼자가 되어보기로 한다. 나는 눈여겨보던 창문 앞을, 민정은 조금 특이하고 힙한 의자가 놓인 곳을 선택했다. 카페에 비치된 책들 중 한 권을 골라 조금 흐트러진 자세로 금세 몰입하는 민정에게 한 번 시선을 보낸 후 나는 창문 너머 커다란 나무가 흔들리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이렇게 근사한 카페를 고향에서 만난 일이 비현실적이라 여겨질 무렵, 우리는 찻잔을 반납하고 밖으로 나섰다. 인사와 함께 카페의 1주년 행사가 곧 열린다는 말을 건네는 사장님께 “또 올게요.” 하며 웃어 보인 나는, 그때쯤 다시 올 수 있을까,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속으로 생각했다. 그럴 수만 있다면 나는, 다시금 버스정류장에서 미리 내려 아름다운 광경을 음미하고, 기꺼운 마음으로 카페에 머물러 보겠노라고 다짐한다.
to 민주에게
역시 어디를 가는가 보다 누구와 있는가가 중요하구나. 언제나 다녔던 곳인데 너와 함께 가니 혼자 그곳을 다녔을 때와는 다른 기분이 들었어. 사실 나도 너처럼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 매번 똑 같은 풍경 똑 같은 분위기가 나를 묶어 두고 있는 것 같았거든. 사실 그러면서 무서웠어 이렇게 북구를 벗어나고 나면 너가 한순간에 떠나갔을 때의 슬픔을 다시 느낄 것 같았거든. 근데 너를 다시 만난 북구는 또 새로웠어. 생기가 돌았다고 해야할까?
다시 돌아온 이곳에서 행복하는 널 보면서 나도 같이 웃었던 것 같아. 사실 익숙함이 제일 무서운 거라고 하잖아. 나에겐 너무 반복되는 이 풍경이 익숙해져 버린 것 같아. 모든 것들이 변명이었구나 생각이 들더라고 북구는 여전히 따뜻하고 나를 감싸주고 있는데 나 혼자 복잡한 것 같았어. 민주 너와 따뜻한 통닭과 만두를 먹으면서 바라노는 북구의 야경은 너무 좋았어. 어두워져 버린 언덕에 보이는 작은 십자가부터 누군가 데리러 나오는 구포역 사람들. 그리고 이젠 익숙해져버린 화명대교의 반짝이는 불빛들도.
내일 일어나면 너가 말한 곳들을 가자. 너가 이런 곳이 있다던데 라고 말할 때 마다 깜짝 놀라는 곳도 있었고 알지만 집에 가깝다는 이유로 더 안 가게 되던 곳을 북구에서 제일 단짝이라고 할 수 있는 너와 간다면 행복할 것 같아. 집에 돌아온 것 마냥 행복한 얼굴을 하는 너를 보며 작은 편지로 나의 마음을 남길게. 잘자 민주야
새로운 시작 그리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곳 구포역을 바라보며 호텔TT에서.
여전히 고향을 지키고 있는 민정과 이곳 부산 북구를 여행하듯 즐겨보자는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 우리는 민정의 집에서 지내기로 했었다. 그러다 조금 더 여행에 가까워지기 위해 숙소를 잡자는 의견이 모아지면서 나는 고향 땅에 새로 생긴 호텔 티티의 존재를 알았다. 예약을 위해 방을 고민하면서 돈을 조금 더 내더라도 낙동강을 볼 수 있는 리버뷰를 선택했고 그 진가는 단잠에서 깬 아침에 발휘되었다. 우리는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정리하지도 못한 채 한참을 창밖 풍경에 매료된 상태였다. 그런 순간이면 민정과 내가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중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아빠 차를 타고 가족 나들이를 갈 때면 자주 볼 수 있었던, 아파트 베란다 저 멀리에 늘 자리하고 있었던, 그러니까 아무 감흥 없이 맞닥뜨렸던 낙동강이 이토록 빛나는 곳이었던가. 여행의 힘이란 정말이지 강력했다. 흘끔흘끔 민정의 표정을 살피니, 이 감정은 내가 고향을 벗어났기 때문에 느끼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조식 서비스도 신청하고 싶었는데…”
민정은 주말에만 이용 가능한 조식 뷔페에 가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나는 어제 방문한 카페 언로드에서 화장실에 가는 척하며 구입한 구움과자를 테이블에 세팅한 뒤 서울에서 짐을 꾸릴 때 넣은 티백형 커피를 꺼내어 포트에 물을 끓이고는 우려냈다. 방 전체를 감싼 진한 커피향이 은은해질 때까지의 시간은 우리가 우리만의 조식을 즐기기에 충분했다.
다음 일정은 ‘금빛노을브릿지’였다. 어젯밤 어쩐지 잠이 오질 않아 핸드폰으로 찾은 이곳에 가보자는 나의 제안에 민정은 북구에 그런 곳이 있었는지 몰랐다는 반응과 함께 큰 흥미를 보였다. 구포시장과 화명생태공원을 이어주는 다리인 금빛노을브릿지는 사실 나에게도 생경한 곳이라 고향의 변화를 느낄 수 있으리라 기대를 품었다. 야경 맛집, 노을 맛집이라 알려졌기 때문일까. 아침엔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우리는 그마저도 좋았다. 긴 다리를 거니는 동안 상쾌한 공기를 선물받았고, 초록 세상을 선물받았고, 햇빛에 반사되는 강물의 반짝임을 선물받았다. 서울 집 자그마한 욕실, 샤워를 할 때면 변기 옆 두루마리 휴지를 밖으로 피신시켜야 하는 그 욕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쾌적한 호텔 티티의 욕실에서 널찍한 욕조에 몸을 맡길 수 있었던 덕에 아침 일정을 무사히 소화한 것 같다는 조금 웃픈 생각도 나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화명동으로 향하는 마을버스 안에서 민주는 연신 재잘 재잘거렸다.
“퇴근 후에 내가 사는 원룸촌으로 가기 위해 타는 마을버스에는 적막만이 흘러. 사람들의 표정은 다 똑같아. 표정 없는 표정. 오죽하면 코로나 시대에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도 나는 그들의 표정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니까.”
이런 이야기를 이토록 해맑게 건넬 수 있는 건, 고향의, 옛 친구의 힘일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혹, 민주가 타고 있던 버스 안이 지금처럼 다정한 소란에 휩싸였다고 해도 업무를 마친 뒤 녹초가 된 민주의 귀에 닿지 않았을지 모를 일이라는 생각이 들자 나는 조금 슬퍼졌다. 지금 탄 마을버스 안에는 할머니와 버스 기사님의, 할머니와 다른 할머니의 안부 인사와 근황 토크가 이어지고, 민주는 그것이 신기한 듯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나는 그런 민주가 귀엽기도, 애잔하기도 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하교 후 고픈 배를 채우기 위해 자주 들렀던 추억의 장소 ‘유진국수’. 사실 아직도 종종 이곳을 찾는 나에게는 현재진행형으로 추억을 쌓는 중인 장소이기도 했다. 문을 열자 정갈함과 내공이 동시에 뿜어져 나온다. 새것에서 비롯되는 정갈함보다 오래된 것에 묻어있는 정갈함의 힘이 더 세다는 걸 자연스레 느끼게 되는 곳. 나는 출입문을 등지는 방향의 자리에 민주를 앉게 했다.
“어서오이소. 오늘은 혼자 안오셨네예. 친구 분입니꺼?”
민주는 나 대신 대답한다.
“안녕하세요. 저희 예전에 둘이서 여기 많이 왔었는데, 제가 서울로 가서 지내는 바람에 오랜만에 같이 왔어요.”
“아이고, 그렇습니꺼. 부산에 오실 시간에 되셨는갑네예. 뭘 좀 만들어드릴까예?”
“ 국수 2개랑 김밥 한 줄, 아니 두 줄 주세요. 많이 먹고 싶어요.”
“예. 금방 해드릴게예.”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민주는, 나의 염원대로 자신의 시선 맞은편에 있는 공간에 매료된 듯했다. 애초에 나는 그걸 바라는 마음으로 출입문을 등지는 자리 민주를 앉혔으니 결과는 성공적. 마음을 내어 찾아보면 매력 포인트가 꽤 많은 곳이 바로 이 가게였다. 민주의 자리에서 정면을 바라보면 화장실로 나가는 문이 보이고 그 문은 대부분 열려있는데, 크기가 다양한 화분들이 무질서 속 질서를 지키며 놓여있다. 이것이 오늘처럼 햇살을 만나 보여주는 풍경은 배를 채우러 들어왔다가 덤으로 얻어 갈 수 있는 요소였다. 그뿐만 아니라 음식을 만들며 사장님께서 이따금 건네는 몇 마디의 말은 마음에 온기를 더한다. 나는 덕분에 국수와 곁들여 먹기 좋은 김밥을 만들고 싶었다는 사장님의 노력과 더운 여름날 판매하는 사장님만의 콩국수 레시피 등을 알게 되었다.
민주와 나는 한국인이 맛있는 국물 요리를 먹을 때 내는 전형적인 감탄사를 남발하며 국수와 김밥을 클리어했고, 사장님과 또 한차례 담소와 인사가 섞인 대화를 나눈 뒤 문밖으로 나섰다.
길을 걸으며 민주는 말한다.
“참 좋은 것 같다.”
“응? 뭐가?”
“변치 않는다는 것.”
본 투어 프로그램은 "로컬하고 앉아있네" 프로그램 결과물 입니다.
부산문화재단 '사랑과 우정을 나눠요'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